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 가정의 새로운 희망이 될까?
6일 오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한 무리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입국장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 100명의 필리핀 노동자들입니다.
이들 중 한 명인 글로리 마시나그(32) 씨는 입국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리핀에 있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그 배경은?
한국의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가사관리사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내국인 가사근로자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업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국내 가정에서 아동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육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한국 생활 적응 준비
이날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앞으로 4주간의 특화 교육을 거친 후, 다음 달 3일부터 서울 시내 각 가정에서 본격적인 근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들은 모두 필리핀 직업훈련원에서 78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고, 필리핀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자격증을 취득한 24세에서 38세 사이의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은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로도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건강 검진과 마약 및 범죄 이력 조회를 통해 신원 검증을 마친 상태입니다. 마시나그 씨는 “한국 문화를 많이 알고 싶어서 (한국에) 왔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가족도 도와주고, 필리핀에서 대학원도 더 다니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 가정에 어떤 도움을 줄까?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제공할 서비스는 주로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 중 12세 이하 자녀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를 대상으로 합니다. 서비스는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특히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맞벌이 가정, 임신부가 있는 가정 등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예정입니다.
서비스 비용은 시간당 최저임금인 9,860원을 기준으로 하여 하루 4시간 이용 시 월 약 119만 원이 예상됩니다. 신청은 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또는 휴브리스(돌봄플러스) 모바일 앱을 통해 가능합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문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의 입장 차이
하지만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도입에 따른 최저임금 적용 문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고용노동부는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가능하도록 별도 비자 신설을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와의 협의 없이 제출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한국에서의 임금 수준
한국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경우, 월 약 24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시간당 최저임금과 4대 보험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금액입니다. 이러한 비용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홍콩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월 약 77만 원, 싱가포르에서는 약 40만 원에서 60만 원을 지급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향후 과제와 기대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1,200명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지만, 비용 부담 문제와 최저임금 적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한국 가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